수업 시간에 동시대에 제 작품이 어떤 의미를 지닐지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썼던 글입니다.

공부가 목적이었습니다.

주제에 대한 답변, 김륜아

우선, 제가 동시대의 회화 경향을 보면서 느끼고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이전 시대의 회화를 재방문하거나, 거기서 특정 요소를 재해석하는 경향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형식주의 추상 회화에서 더 눈에 띈다고 생각하는데, 추상의 아우라를 유지하면서도 형이상학과의 연관성을 자르려는 시도[1]라고 생각합니다. 재해석하는 방법은 작가마다 다양하지만 회화를 구성하는 요소들(크기, 도구, 공간감 등)을 한 개 혹은 여러 개 골라 시각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프랭크 스텔라가 카라바조나 루벤스, 라스코 동굴 벽화 등에 대해 강연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그 작품들에서 분석한 것을 작품에 반영한 것부터 해서, MOMA의 <forever now>전시에서까지, 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나타나는 경향입니다.

두 번째는 추상과 구상 회화 모두에서 드러나는데, 인터넷 상에 올라오는 수많은 시각자료에 즉각 반응하여 만들어지는 회화들입니다. 인터넷 상에 쌓이는 자료가 어마어마해지고, SNS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를 즉각 반영하는 회화가 많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모습이 팝아트와 비슷하지만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우선 팝아트와 비슷하다고 느낀 지점은 ‘이미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주체’를 탐구한 지점과 물신화(fetishism)를 이용한다는 지점입니다. 특히 팝아트에서는 어떤 이미지에서 물신화를 일부러 제거하기도 하고 물신화를 더 악화시키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도 비슷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의 화가들은 이미지를 더 회화적이고 자연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더 상품처럼 만들기도 합니다. 팝아트와 다르다고 느낀 부분은, 팝아트가 대중문화를 환호하면서도 경멸했고, 예술에 대해 존중하면서도 거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던 반면, 지금은 대중문화와 모더니즘도 자본에 흡수되어 경계가 애매해지고 있어서인지 이중적인 태도보다는 체념하고 모든 것을 즐겁게(자조적으로) 재료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2]

어떻게 보면 두 가지 경향 모두 남의 걸 가져다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첫 번째 경향에서 작가 자신의 분석이 중요한 반면, 두 번째 경향에서는 분석보다는 반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분석하기 보다는 바로 반응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느낌입니다. 본래 예술이란 순간적인 것(우리가 살아가는 역사)에서 영원한 것(예술)을 추출하는 것인데, 두 번째 경향에서는 영원하거나 순간적인 것(인류의 역사와 동시대)에서 순간적으로 예술을 추출해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더는 새롭거나 발전된 것이 나오기 힘들고, 그런 기술이 나오더라도 그것이 인류에게 이로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희망은 없지만 강박적인 마음에서 작품을 생산하는 태도가 두 번째 경향에서 느껴집니다.